<극장판 치이카와: 인어 섬의 비밀> 후기 (정말 많은 한줄평까지 감상 후의 후기, 탈정치는 정치를 수반한다)
★2.0/5.0
이런 작고귀여운녀석들로 쓰고싶은 이야기가 괴담뿐이면 어떡해요
== 스포일러, 불호후기 주의 ==

치이카와를 좋아했다... 청소년기 이후로 일본 매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지만, 치이카와는 아주 작고 파괴적으로 귀여웠다. "이렇게 살고 싶다"에서 시작된 작고 귀여운 캐릭터가, 긍정과 용기와 우정을 가졌다는 데 끌렸다. 유튜브에 올라온 더빙판을 전부 봤고, 넷플릭스의 비교적 최신화도 봤다. (인어섬 스포일러는 싫어서 만화책은 사지 않았다.)
기대한 만큼의 영화는 아니었다. 귀엽긴 했는데 취향 아닌 스토리였다. 가해와 피해를 구분할 수 없는 돌고 도는 선악관계. 이런 플롯이 한번이면 나쁘지 않았을지 모른다. 모몽가와 아노코에서도 거듭 등장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이 싹 사라졌다. 소비자적으로 말하면 지루했고, '서사충' 입장에서는 돌고 도는 선악관이 취향이 아니었다. 동인 CoC 시나리오 감성... 이라고 생각했는데, 다들 일본 감성이라고 하더라. 과거의 내가 일본 시나리오를 좋아했었나...
상영관을 나온 직후에는 그냥 그 정도였다. 후기들을 찾아보지 말걸 그랬다. 물론 말랑말랑 섬뜩섬뜩한 후기들이 대부분이었지만, SNS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상반된 정치적 독해가 너무나 피곤했다.
앞서, 나는 상당히 정치적인 사람이다. 얼마나 정치병자냐면, <대도시의 사랑법>을 보고 나서도 '그런데 생활동반자법은?' 이라고 생각할 정도다. 수많은 탈정치(혹은 그 정도까지 정치가 아닌) 영화들을 정치독해 해왔고, 사실 치이카와도 어느정도 사회문제로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긴 했다. 예를 들면 이런 정도로:
최근 시엔엔(CNN)은 한중일 3국의 치이카와 열풍을 보도하며 “재수, 삼수도 불사하는 치열한 대학입시 경쟁과 고용 불안정으로 인한 엔(n)잡 문화 등 사회적 압력을 받는 청년들이 공감할 이야기를 귀여운 캐릭터들을 통해 보여주면서 ‘디지털 진통제’의 기능을 한다”고 분석했다.
- <'극장판 치이카와’, 암살자(들) 누르고 예매율 1위…한국서도 ‘천만 돌풍’?> 한겨레(신문사)기사 중
하... 아니 근데 이건 누가봐도 정치적 의도가 아니잖아요!
이때까지만 해도 한줄평들을 써낸 동족 정치병자들이 원망스러웠다. (그런데도 눈에 보이는 정치시각의 평론을 흥미롭고도 피곤하게 읽었다.)
영화가 곧 정치는 아니지만, 영화는 필연적으로 정치적이라는 데에 대부분의 영화 매니아들이 동감할 것이다. 어쩔 수 없이 <치이카와: 인어섬>에도 다양한 관점의 해석이 쏟아져나왔다. 왼쪽에서만 봐도 '탈식민주의적이다(p)', '세이렌은 자본주의를 상징한다'는 해석이 있었고, 다른 관점에서는 '치이카와족 사회의 탈계급적 설정이 현대사회의 계급성을 무시한다' '이미 모두가 평등하다고 가정된 사회'라는 분석이 있었다. 오른쪽 관점은 내 기분을 위해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다. <암살자(들)>을 누르기 위해 <치이카와: 인어섬>을 보고 온 사람이 있다는 정도는 들었다. 개인적으로는 우파들의 맘에도 들었으리라 생각한다... 일단 치이카와는 귀여우니까.
대가리 깨지게 된 계기는, 그 모든 해석들이 일리있다고 생각하는 나를 발견해서다.

아니.. 이거 너무 정치가 아니라서 정치가 생기잖아. 섬에서의 어떤 사건들이 인류사의 사건들과 겹쳐보일 수 있다. 또 인간의 '인간성'을 정의할 수 없는 만큼 먼작귀의 '귀여움'을 정의할 수 없기도 하다. 치이카와 사회가 어떤 인간사회(돈이 없고, 자격증을 따야함)를 닮았으면서도, 어떤 인간사회는 표백(평등하게 돈없어보임)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. 그런데 <치이카와: 인어섬>은 '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냐'를 남겨둔다... 그 많은 공백 사이로 우리(정치병 동지들)는 자신이 관심갖는 사회문제를 투영한다.
그러니까 오히려 (사전적 의미의) 탈정치성이 정치를 발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... 이야기에 구멍을 숭숭 뜷어놓고 각자의 니즈에 맞게 해석할 수 있도록 만든 나가노센세, 그는 대단하다... (사실은 딱히 의도하지 않았던 것 같다. 그냥 잔혹함을 좋아한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생각함)

하여튼, 탈정치한다고 (혹은 정치적 함의가 없다고)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창작자들에게 말하고 싶다. 어떤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정치적이고, 그중 어떤 해석이 유력할지는 미지의 영역이라고. 내 생각에 모든 작품은 정치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... 아무리 탈정치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그것이 퍼져나갈수밖에 없으니까. 애초에 탈정치는 우파적 가치이지만, 여러 정치병자들에게 탈정치영화가 탈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질지 (혹은 소비될지)는 모르는 영역인 것 같다...
아 이제 생각남. 아예 정치의 영역인 프로파간다 영화도 언젠가 봐야하는데. 그냥 영화부채만 쌓여간다... 추천받아요.
인용된 한겨레 기사 풀버전: https://www.hani.co.kr/arti/culture/culture_general/1279593.html
‘극장판 치이카와’, 암살자(들) 누르고 예매율 1위…한국서도 ‘천만 돌풍’?
직장인 유연재(29)씨는 지난달 여름 휴가 때 일본 도쿄에 치이카와 ‘토벌’을 다녀왔다. 일본에서 먼저 개봉한 애니메이션 ‘극장판 치이카와: 인어섬의 비밀’을 보고, 치이카와 테마파크, 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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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눕자.세상
Writer다눕기 아티스트 | 피켓이신분 피켓무료 글쓰지도 않으면서 책에 훈수나 둡니다
